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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장분석

외국인이 SK하이닉스 20조 던지는 동안 개인이 받아낸 코스피 지금 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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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SK하이닉스 주식을 11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는 동안, 그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건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였다. 지금 국내 증시를 보면서 나만 물린 건가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지수와 펀더멘털이 따로 노는 이상한 국면이 진행 중이다. 코스피는 빠지는데 기업 이익 전망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이 어긋남을 어떻게 읽느냐가 하반기 손익을 가를 것 같더라.


외국인이 SK하이닉스 20조를 던진 진짜 이유

 

외국인은 6월 19일부터 7월 3일까지 11거래일 연속으로 SK하이닉스를 순매도했고, 그 규모가 약 20조 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자료 기준이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물량의 대부분을 개인이 받아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외국인이 팔기 시작한 직후인 6월 22일 고점을 찍고 줄곧 흘러내려, 고점 대비 하락률이 한때 약 -20%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7월 3일 하루 +8% 반등이 나오면서 낙폭을 좀 만회한 상태다.


여기서 재밌는 게 뭐냐면, 개인 투자자가 이번 주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가 바로 그 SK하이닉스라는 거다. 2위는 삼성전자. 외국인이 던지는 반도체 대장주를 개인이 정면으로 받아내는 그림이 그대로 데이터로 찍혔다. AI 서버용 HBM 경쟁력을 믿는 개인과, 일단 차익을 챙기고 나가는 외국인. 같은 종목을 두고 정반대 베팅이 붙은 셈이다.


외국인이 판다고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그 물량을 받아낼 만큼 개인이 이 회사의 미래를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20조라는 숫자는 개인의 체력으로 오래 버티기엔 부담스러운 규모라는 것도 사실이다.


코스피 선행 PER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는 신호

 

지난주 코스피는 3.8% 하락하며 12개월 선행 PER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외국인이 기술주 중심으로 빠져나간 게 지수를 눌렀는데, 여기서 이상한 지점이 하나 있다. 지수는 떨어지는데 정작 이익 전망치, 즉 선행 EPS는 오히려 4.8% 올랐다는 것이다. 값은 싸지는데 기업이 벌어들일 돈의 예상치는 늘어나는, 지수와 펀더멘털이 따로 노는 국면이라는 얘기다.


이걸 두고 골드만삭스는 꽤 과감한 가정을 내놨다. 기업 이익이 33%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코스피는 지금보다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증권사 전망은 전망일 뿐이고 그대로 맞은 적도 드물다. 하지만 이익이 3분의 1 날아가는 상황을 가정하고도 상단이 열려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건, 지금 지수가 공포에 과하게 눌려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가는 결국 이익을 따라간다는 오래된 명제를 믿는다면, 지금처럼 값은 싸고 이익 전망은 오르는 구간은 개인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자리일 수 있다.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밸류에이션이 바닥을 찍는다는 건 시장이 늘 반복해온 패턴이다. 다만 이게 바닥인지, 바닥인 줄 알았던 함정인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HBM 전쟁과 데이터센터, 한국 반도체를 흔들 변수들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약 14조 원을 투입해 HBM 생산능력을 대폭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AI 메모리 패권 경쟁이 한·미·일 보조금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대 5000억 엔을 지원하고, 마이크론은 2028년 여름 HBM 출하를 목표로 잡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대규모 증설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뒤를 쫓던 마이크론까지 정부 돈을 업고 추격에 나선 구도다.


삼성·SK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매도의 배경 중 하나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마이크론의 출하 목표가 2028년이라는 점은 뒤집어 보면 아직 격차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HBM 공급난이 여전한 상황에서, 증설 경쟁은 오히려 이 시장 자체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반도체 소재 쪽에서는 유리기판 테마가 달아올랐다. 유리기판은 칩을 올리는 기판을 기존 플라스틱 계열 유기 소재 대신 유리로 만든 것인데, AI 반도체가 발전할수록 기존 소재가 열에 의한 휨 현상이나 초미세 회로 구현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자산 10억 원 이상 고수들의 6월 순매수 상위에 SKC와 필옵틱스가 각각 1, 2위로 올랐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냉각까지 새 재료로 붙었다. 빅테크가 AI에 천문학적 돈을 붓는 동안 전기뿐 아니라 냉각수 문제가 부상하면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하는 LG전자가 재평가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여기서 나온 816조 원이라는 숫자는 데이터센터 냉각만 떼어낸 게 아니라 글로벌 HVAC 전체 시장의 2025년 추정치(5249억 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값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테마에 올라탈 때 숫자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계좌를 지킨다.


지금 개인 투자자가 생각해볼 지점

 

개인 투자자에게 지금 필요한 건 종목 추천이 아니라,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낸 자기 판단을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다. 한쪽에서는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단타로 한 달에 약 1000만 원을 벌었다는 후기가 돌고, 다른 쪽에서는 원래 단타를 싫어하던 사람조차 그 유혹에 넘어갔다고 고백한다. 뜨거운 시장일수록 이런 성공담이 늘어나는데, 그 뒤에 조용히 사라진 손실 후기가 훨씬 많다는 걸 우리는 안다.


주식에 절대적인 고수와 하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수없이 실패하고 그때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복기하는 사람만 살아남는다. 돈을 버는 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자기 원칙을 지켜낸 결과에 가깝다. 외국인이 20조를 던질 때 그 반대편에 선 나의 근거가 확신인지 오기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정리하면, 코스피는 선행 PER 기준 금융위기 이후 최저까지 눌렸지만 이익 전망은 오르고 있고, HBM과 유리기판, 데이터센터 냉각 같은 AI 인프라 테마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남들이 가장 공포에 질린 구간에서 계좌를 지키는 힘은 종목이 아니라 나의 원칙에서 나온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받는 이 국면, 결국 웃는 쪽은 이 회사의 이익이 정말 늘어나는지를 냉정하게 확인한 사람일 것이다.


시장은 언제나 겁먹은 다수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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